가족묘

이 방에선 해가 지는 걸 오래 볼 수 있다 
창밖으론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볼록볼록 무덤이 나 있다 
무덤들은 남쪽을 향해서 모여있다 

창으로 눈길이 갈 때면 나는 한쪽 눈을 감았다 
그러자 풍경을 보고 있는 건지 안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

얘길 들은 친구가 다독였다 
너무 무서워하지 마, 가족묘일거야 

가족묘는 안 무서운 거겠지? 가족은 따뜻한 거니까

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
무시할 수 없겠는걸, 인사드려야겠네
일 년 동안 잘 부탁합니다 하는 거지. 좋으신 분들일 거야

그녀는 조상신을 믿는다고 했다
돌아가신 할머니가 자신을 지켜주는 것 같다고

4 년 전 치른 잔디 장이 떠올랐다
나의 할머니는 잔디의 영양분이 되었을 거다

커튼을 치고 꿈속으로 몸을 누였다

마른 능선 위로 
누운 동물의 젖가슴처럼 볼록한 무덤들 위로 
빼곡히 난 잔디가 보였다

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