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업에 관해 (2017.01)

나의 작업에서 ‘사물’의 스펙터클은 그 크기나 화려함이 아닌 ‘인간의 몸’(작가, 관람자 혹은 착용 사진에 등장하는 모델) 과의 거리에서 결정된다. 항상 나에겐 어떤 사물이 가만히 놓일 때보다 인체와 물리적으로 맞대어질 때, 그 조합의 형태와 의미가 더욱 기묘하게 인식된다고 여겨졌으며, 그 효과를 작업에 이용한다. 신체와 관계 짓는 사물을 만들고, 필요에 따라 비디오, 사운드, 웹, 인쇄물 등의 매체를 같이 설치한다. 이렇게 여러 가지 매체를 사용하게 된 성향에는 아무래도 아이디어나 과정을 중시하던 60년대 개념미술의 영향이 컸던 듯하다. 신체를 미디엄으로 사용한다기보다는 신체가 특정한 사물을 접촉하는 경험을 할 때 새롭게 발생하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.

2000년 이후 실제로 겪은 개인적 사건들로 인해 나는 이분법적 나눔-특히 인간중심주의와 인종차별,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이원론-에 대해 점차 고민하게 된다. 내 경우에는 개인 내부의 갈등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지만, 모든 생물을 평등화하고 단일 생물체의 내부에서도 나음과 덜함의 위계를 제거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사실 20-21세기로 이어지는 화두이기도 하며 지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안다.

아무튼 그 고민은 10년 전 프랑스 유학시절에 인종차별을 겪으며 시작되었는데, 사회 내 ‘소수(Minority)’자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애니메이션 <La métamorphose des paranoïaques(피해망상자들의 변신)>(2008), 오브제 시리즈 <안티 악당>(2008) 등으로 드러났다. 안티 악당 시리즈에서 정신적 방어용으로 쓰이는 터무니없는 도구들은 모두 신체에 착용되며, 사진과 웹사이트로 기록되었다.

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신체와 사물의 관계에 집중했는데,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하는 실천과 관련한 몇 가지 사물들을 제작했다. 웹디자인 일을 하게 된 이후로는 관람자가 온-오프라인의 물질성을 동시에 경험하는 형태를 시도해 보았는데, <47가지 방식의 자기 위로- 현대 한국인용>(2011)이 그 결과물이다. 인터넷 특히 소셜네트워크 안의 자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‘온라인 자화상’을 프로그래밍 했다.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온라인의 실시간 랜덤 이미지를 뿌려주는 방식인 이 웹사이트는 쿠션 32개로 만들어진 <인간용 숨어숨어집>(2011) 의 안으로 들어가서 접속할 수 있다.

나는 가장 최근 선보인 관객 참여 퍼포먼스 <tOOOOOrso>(2016)에서 인체의 미를 상징하는 ‘토르소’라는 조각 개념을 이용해 관객의 몸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고자 했다. 퍼포머가 된 관객은 자신의 신체 부위가 종이의 납작한 면을 통과하는 행위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며, 그것은 마치 신체를 토르소로 분할하는 과정처럼 보인다.

이 퍼포먼스를 계기로 나는 비-재현과 상징적 의미를 벗어난 형태로서의 사물, 퍼포먼스 상황에서의 관람자와 작품 간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며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설정 중이다.

2017년 1월

비고